교통사고전문로펌 윤앤리입니다.
지난 12월 10일 대법원에서는,
음주운전 면허 취소에 대하여 흥미로운 판결을 하나 내놓았는데요.
오늘 이 내용 한 번 다루어 보겠습니다.
도로교통법 제93조를 보면,
음주운전을 하거나
경찰의 음주측정을 거부하면 면허를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
☞ 음주수치, 전과 여부 등에 따라 처벌이 달라지는 점은 고려하지 않겠습니다.
이 사건에서
A씨는 술을 마신 채로 아파트 주차장 통로를 운전하였는데요.
주차를 하다가 옆 차를 긁었고 상대방과 시비가 붙은 끝에 경찰이 출동하였습니다.
술 냄새를 맡은 경찰관은 A씨를 파출소로 데리고 가서 음주여부를 측정하려 했는데
A씨는 운전한 적이 없다고 잡아떼며 경찰의 측정 요청을 거부하였습니다.
결국 A씨는 도로교통법 음주측정 거부 조항에 따라
운전면허가 취소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취소처분이 부당하다며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요?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소송을 제기했으니 지금부터 A씨를 원고라고 부르겠습니다.
원고는 민사소송법에 나오는 용어인데 소송을 제기한 사람을 뜻합니다.
반대말은 피고이고요.
혹시 용어를 이해하기가 다소 어렵나요?
이해를 돕기 위해 한 번 이렇게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원래 고소는 민사소송이 아닌 형사소송에서 쓰는 말이긴 한데요.
고소를 원한다고 하여 원고, 고소를 받은 쪽을 피고라고 생각해봅시다.
어떤가요?
이제 좀 이해가 되시나요?
다시 사건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원고는 재판부에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는데요.
원고의 변호인이 쓴 문구를 그대로 적어보겠습니다.
「원고가 운전한 곳은 이 사건 아파트 내에 설치된 주차구역 내의 통로 부분으로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비록 원고가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운전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또한 원고는 당시 사실상 강제로 연행되어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음주측정요구를 받았으므로,
이에 응하지 않았더라도 음주측정 불응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재판부는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요?
재판부는,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음주측정 불응은 ‘도로’에서 운전하는 것에 한정된다.‘며
이 ‘도로’는,
「현실적으로 블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라고 하였습니다.
말 참 어렵죠?
맞습니다. 어렵습니다.
같은 한국말이지만 판결문은 한 번 읽고 바로 이해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어쨌든 말은 어렵지만 한 마디로 정리하면,
원고 A씨가 운전한 ‘아파트 주차장’이 ‘도로’냐 아니냐를 재판부가 판단하겠다는 것이었는데요.
만일 도로가 아니라면 ‘음주측정 거부’를 했다 하더라도 면허를 취소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는 거죠.
재판부는 이 사건 아파트 주차장은 도로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음주측정 거부를 했다고 해서 원고의 면허를 취소한 것은 옳지 않다며 A씨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판결문 원문의 내용은 그 길이가 결코 짧지 않습니다.
전체를 직접 확인하고 싶은 분들은,
첨부드린 판결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재판부가 아파트 주차장이 도로가 아니라고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A씨가 운전한 주차장 통로는 차량이 주차하기 위한 통로일 뿐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가 통행로로 사용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대법관들이 이런 판결을 내렸다고 하여
앞으로 아파트 주차장 통로는 무조건 ‘도로’가 아니다 라고 생각하시면 절대로 안 됩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앞으로 ‘도로’가 아닌 곳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이 되었는데,
경찰의 음주측정을 거부해도 면허취소는 되지 않는다는 법리가 생긴 거죠.
이에 대한 옳고 그름의 도덕적 문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그럼 이제 ‘도로’가 아닌 곳에서는 음주운전하고 만일 경찰에 적발되면 측정거부해도 되니
세상 편하겠구나. 하시는 분들이 혹시 계시다면,
천만의 말씀! 큰 일 날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은 면허 취소를 할 수 없다는 것이지,
음주측정을 거부한 것에 대해 처벌을 할 수 없다고 한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입니다.
도로교통법 제2조입니다.
운전이란 블라블라블라 쓰여 있습니다.
괄호 안을 한 번 읽어보십시오.
분명히 ‘제44조, 제45조, 쭉쭉쭉...의 경우에는 도로 외의 곳을 포함한다’라고 쓰여 있죠.
제44조를 한 번 볼까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
운전자는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여야 한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쉽게 말해 ‘도로’가 아닌 곳이라 하여도 술에 취한 채 운전하다가 음주측정을 거부하면 제44조를 위반한 셈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이 44조를 위반하면,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 정도 처벌쯤이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설마 있지는 않겠죠?
오늘은 지난 12월,
‘도로’가 아닌 곳에서 음주운전을 하고 음주측정을 거부한 한 사람에게
면허를 취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말씀드렸습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의뢰인을 위하여 끝까지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