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가 반소청구로서, 이 사건 사고의 피해자인 이준석이 자배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취득한 책임보험금 직접청구권은 이준석이 사망함으로써 김남효와 피고에게 상속되었으나 김남효
가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피고가 단독으로 재산상속인이 되었으므로 그 직접청구권의 행사로서 구
자배법시행령(2002. 8. 14. 대통령령 제177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책임
보험금의 한도액인 금 80,000,000원의 지급을 구한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원심은 자배법 제9조 제1
항에 의한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이 수반되는 경우에는 그 직접청구권의 전제가 되는
자배법 제3조에 의한 피해자의 운행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비록 위 손해배상청구권과 손해배
상의무가 상속에 의하여 동일인에게 귀속되더라도 혼동에 의하여 소멸되지 않지만 가해자가 피해자
의 상속인이 되는 등 특별한 경우에는 혼동으로 소멸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원고에 대한
직접청구권의 전제가 되는 망인의 김남효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중 가해자인 김남효가 상속받은
부분은 상속개시 당시 김남효가 망인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부담하게 된 손해배상의무와
혼동으로 이미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그 이후에 이루어진 김남효의 상속포기는 그 목적물이 없
는 것으로서 효력이 없고 그렇지 않더라도 위 상속포기는 가해자인 김남효가 원고에 대한 직접청구
권 중 자신의 상속분이 혼동에 의하여 소멸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한 것이므로 신의칙에도 반하
여 역시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반소청구 중 위 김남효의 상속포기로 인하여 그녀의 상속
지분이 귀속된 1/2 지분에 관한 부분을 배척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원심의 판단 중 상속포기의 효력을 부정한 부분은 수긍하기 어렵다.
자배법 제9조 제1항에 의한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이 수반되는 경우에는 그 직접청구
권의 전제가 되는 자배법 제3조에 의한 피해자의 운행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비록 위 손해배상
청구권과 손해배상의무가 상속에 의하여 동일인에게 귀속되더라도 혼동에 의하여 소멸되지 않고 이
러한 법리는 자배법 제3조에 의한 손해배상의무자가 피해자를 상속한 경우에도 동일하지만, 예외적
으로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이 되는 등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손해배상청구권과 손해배상의무가
혼동으로 소멸하고 그 결과 피해자의 보험자에 대한 직접청구권도 소멸한다 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5. 5. 12. 선고 93다48373 판결, 2003. 1. 10. 선고 2000다41653, 41660 판결 참조).
그런데 상속포기는 자기를 위하여 개시된 상속의 효력을 상속개시시로 소급하여 확정적으로 소멸시
키는 제도로서( 민법 제1019조 제1항, 제1042조 등) 피해자의 사망으로 상속이 개시되어 가해자가
피해자의 자신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상속함으로써 위의 법리에 따라 그 손해배상청구권과 이를
전제로 하는 직접청구권이 소멸하였다고 할지라도 가해자가 적법하게 상속을 포기하면 그 소급효로
인하여 위 손해배상청구권과 직접청구권은 소급하여 소멸하지 않았던 것으로 되어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되고, 그 결과 위에서 본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속인이 되는 등 특별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게
되므로 위 손해배상청구권과 이를 전제로 하는 직접청구권은 소멸하지 않는다 고 할 것이다. 그리고
상속포기는 상속의 효과로서 당연승계제도를 채택한 우리 민법하에서 상속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마
련된 제도로서 상속포기로 인하여 당해 상속인에게 발생하였던 포괄적인 권리의무의 승계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결과 만약 상속포기를 하지 아니하였더라면 혼동으로 소멸하였을 개별적인 권리가 소멸
하지 않는 효과가 발생하였더라도 이는 상속포기로 인한 부수적 결과에 불과한 것이어서 이를 이유
로 신의칙 등 일반조항을 들어 전체적인 상속포기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상당하지 아니하다는 점,
나아가 이 사건에서 김남효의 상속포기로 인하여 그녀의 상속지분은 피고에게 귀속되었는데 피고는
원래의 공동상속인 중 하나로서 피해자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피고에게 책임보험에 의한 혜택을 부
여하여 보호할 사회적 필요성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에서 상속포기가
신의칙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앞서 본 이유를 들어 상속포기의 효력을 부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
단에는 상속포기의 효과, 혼동에 의한 권리소멸과의 관계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
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현철(재판장) 변재승 강신욱(주심) 박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