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두 대가 행인을 잇달아 치어 숨지게 했다면 최초 원인제공자와 사망의 두번째 원인제공자가 각
각 50%씩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민사합의 1부(고영석 부장판사)는 17일 앞차에 치여 이미 쓰러진 행인을 그대로 지나쳐 숨
지게 한 박모씨의 승용차 보험사가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 사고임에도 50%의 책임을 물은 1심 판
결은 너무하다'며 앞차 보험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
소판결했다.
2003년 부천시 원미구 5차선 도로의 3차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고 가던 고모씨는 같은 차선에서 앞
서가던 승합차가 무단횡단을 하던 행인을 발견하고 급제동을 하자 추돌을 피하기 위해 4차로로 진로
를 변경했으나 결국 무단횡단을 계속하던 행인을 치여 4∼5차로 상에 넘어지게 했다.
이때 같은 차선에서 고씨의 승용차를 뒤따라오던 박모씨의 승용차도 고씨의 승용차를 피하기 위해
급제동을 한 뒤 5차로로 차선을 변경했으나 앞차에 이미 쓰러져 있던 행인을 그대로 지나쳐 숨지게
했다.
사고의 최초 원인제공자로서 유족에게 3천300여만원을 배상한 고씨측의 보험사는 '행인을 숨지게
한 직접적 원인은 뒤따라오던 승용차에 있다'며 박씨측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원고와 피
고의 책임은 각각 50%'라는 1심 판결을 받았고 박씨측 보험사는 이에 불복, 항소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는 안전거리를 준수하지 않아 급정차를 하고서도 앞 승용차의 뒷부분을
충격한 뒤 쓰러진 피해자를 발견하고서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상당 부분 과실이 인정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사고의 최초 원인을 원고측 승용차가 제공한 점을 고려하면 원고측 승용차 과실도
적지 않다'며 '과실비율은 원심대로 원고와 피고가 각각 50%씩 배상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