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소외 1은 2002. 12. 23. 21:40경 그 아버지인 소외 2 소유의 쏘나타II
승용차(이하 ‘피보험차’라고 한다)를 운전하여 강원 평창군 진부읍 호영리 소재 영동고속도로 인천
기점 209km 지점을 1차로로 강릉 방면에서 서울 방면으로 운행하던 중, 앞서 가던 소외 3 운전의 EF
쏘나타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피보험차 쪽으로 다가오자 이를 피하기 위하여 급제동하다가
역시 미끄러지면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1차로에 그대로 정차하게 된 사실(이하 ‘선행사고’라고
한다),
소외 1은 피보험차를 사고지점에 그대로 둔 채 동승자인 원고 1에게 1차로에 서서 후행차량에게 수
신호를 해 줄 것을 요구하고서 자신은 피보험차의 상태를 확인한 후 소외 3에게 항의하러 가는 순간,
때마침 1차로에서 뒤따라오던 소외 4 운전의 체어맨 승용차가 피보험차가 정차되어 있는 것을 뒤늦
게 발견하고 이를 피하기 위하여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면서 제동장치를 조작하다가 눈길에 미끄러
져 그 우측 앞 범퍼 부분으로 2차로를 서행하고 있던 소외 5 운전의 렉스턴 승합차의 좌측 뒷 모서리
부분을 충격하고 계속하여 피보험차의 오른쪽 뒷 휀다 부분을 충격하면서 피보험차의 오른쪽 앞부
분 도로에 서 있던 소외 1과 원고 1을 들이받아 원고 1로 하여금 중증뇌좌상 등의 상해를 입게 한 사
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사고는 선행사고 발생 후 일단 피보험차에서 내린 원고 1이 운전자인 소외 1의 부탁으로 후
행차량들에 대한 수신호를 하던 중 소외 4가 운전하던 차량에 충격당하여 발생한 것이어서 피보험차
의 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는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는 그 운행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법조에서 ‘운행으로 인하여’라 함은 운행과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
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 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4276 판결,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
다73280 판결 등 참조).
한편, 구 도로교통법(2005. 5. 31. 법률 제7545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59조에 의
하면 자동차는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정차 또는 주차할 수 있도록 경계를 나타낸 곳이
나 정류장에서 정차 또는 주차하는 경우( 제1호), 고장이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길 가장자리(갓
길을 포함한다)에 정차 또는 주차하는 경우( 제2호)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차
또는 주차하여서는 아니 되고,
구 도로교통법 제61조,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2006. 5. 30. 행정자치부령 제32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3조에 의하면 자동차의 운전자는 고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고속도로나 자동
차전용도로에서 그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고장 등 경우
의 표지’를 그 자동차로부터 100m 이상의 뒤쪽 도로상에 하여야 하고,
특히 야간에는 위 표지와 함께 사방 500m 지점에서 식별할 수 있는 적색의 섬광신호·전기제등 또는
불꽃신호를 그 자동차로부터 200m 이상의 뒤쪽 도로상에 추가로 설치하여야 하며, 그 자동차를 고
속도로 또는 자동차전용도로 외의 곳으로 이동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 1은 영동고속도로를 강릉 방면에서 서울 방
면으로 운행하다 이 사건 사고지점에 이르러 앞서 2차로를 주행하던 소외 3 운전의 EF소나타 승용차
가 눈길에 미끄러져 자신의 주행차로인 1차로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이를 피하기 위하여 급제동을
하다가 역시 눈길에 미끄러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1차로에 정차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구 도로교
통법 제59조, 제61조의 규정에 의하여 고속도로에는 자동차를 정차할 수 없으므로 다른 차량의 진행
에 방해를 주지 않도록 즉시 피보험차를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켰어야 함에도 그대로 방치하여 두었
을 뿐만 아니라,
단순히 원고 1로 하여금 후행차량에 대하여 수신호를 하도록 요구만 한 채 구 도로교통법 제61조 및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23조에 규정한 ‘고장 등 경우의 표지’를 해태하였으므로, 소외 1의 이러한
형태의 정차는 불법 정차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소외 1로서는 영동고속도로를 운행하는 후
행차량들이 1차로에 정차한 피보험차를 충돌하고, 나아가 그 주변의 다른 차량이나 사람들을 충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소외 1의 불법 정차와 이 사건 사고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 사건 사고가 피보험차의 운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한 것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 소정의 ‘운행으로 인하여’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
을 범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
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고현철 전수안 차한성(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