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도로교통법 제4조는 신호기의 종류, 만드는 방식, 설치하는 곳 그 밖의 필요한
사항은 내무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도로교통법시행규칙(이하 규칙이라 한
다) 제4조는 신호기의 설치장소에 관하여, 신호기는 지방경찰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
하는 교차로 그 밖의 도로에 설치하되 그 앞쪽에서 잘 보이도록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규칙 제6조 제2항, [별표 4] '신호등의 종류, 만드는 방식 및 설치
기준'에 의하면, 교차로와 횡단보도에는 그 통행량 등의 설치기준에 따라 차량용 신
호등을 설치하도록 하고, 횡단보도에는 보행자용 보행등을 설치하는 외에 보행등의
측면에 차량보조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관계 규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에서와 같이 교차로와 횡단보도가 인접하여 설치되어 있고
차량용 신호기는 교차로에만 설치된 경우에 있어서는, 그 차량용 신호기는 차량에 대하여 교차로의
통행은 물론 교차로 직전의 횡단보도에 대한 통행까지도 아울러 지시하는 것이라고 보아
야 할 것이고, 횡단보도의 보행등 측면에 차량보조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하여
횡단보도에 대한 차량용 신호등이 없는 상태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규칙 제5조 제2항,
[별표 3]에서 신호기의 적색 등화의 뜻은
"1. 보행자는 횡단하여서는 아니된다.
2. 차마는 정지선이나 횡단보도가 있는 때에는 그 직전 및 교차로 직전에서 정지하여야 한다.
3. 차마는 신호에 따라 직진하는 측면 교통을 방해하지 아니하는 한 우회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
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차량용 적색 신호등은 위 제2호에 의하여 교차로 및 횡단보도 직전에서의 정지
의무를 아울러 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횡단보도의 보행등이 녹색인 경우에는 모
든 차량이 횡단보도 정지선에서 정지하여야 하고, 다만 횡단보도의 보행등이 적색으로 바뀌어 횡단
보도로서의 성격을 상실한 때에는 우회전 차량은 횡단보도를 통과하여 위 제3호가 정한 제한에 따라
우회전할 수 있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며, 만약 차량보조등이 설치되어 있다면 우회전 차량은 보행등
의 상황을 살피지 않고도 차량보조등의 지시에 따라 횡단보도를 통과할 수 있게 된다고 할 것이다.
결국 이 사건 사고 당시 만약 피고인이 차량 신호등은 적색이고 횡단보도의 보행등
은 녹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회전하기 위하여 횡단보도를 침범하여 운행한 것이라
면, 이는도로교통법 제5조의 규정에 의한 신호기의 신호에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제1심판결이 원용한대법원 1988. 8. 23. 선고 88도632 판결은 차량이 교차로에서 좌회전 신호에 의하
여 좌회전하던 중 교차로를 완전히 벗어나기 전에 신호가 변경되어 교차로가 끝나는 좌측 도로의 횡
단보도에서 발생한 사고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과는 사례를 달리하는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피해자는 사고 당시 횡단보도의 보행등이 녹색이었다고 진술
하고 있고, 공소사실도 횡단보도가 보행자 횡단신호의 상태임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보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사고 당시 보행등의 등화 상태를 심리하여 확정한 다음 공소
제기 절차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
한 채 위와 같은 판단하에 공소를 기각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신호기의 신호
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
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
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지창권 신성택(주심) 송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