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2. 8. 17. 선고 2010다28390 판결 【구상금】: 파기환송
【판시사항】차량연쇄추돌사고에서 첫 사고를 발생시킨 운전자가 그 후 다중추돌을 발생시
킨 다른 운전자들과 함께 후행 사고로 인한 화재의 피해자들에게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하
는지 여부
【전 문】【원고,상고인】 해상보험 주식회사【피고,피상고인】 손해보험 주식회사【원심판
결】 서울고등법원 2010. 2. 19. 선고 2009나99985 판결【주 문】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
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나서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
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사실심인 원심의 자유심증에 속하는 증
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탓하는 취지의 것에 불과하고, 경찰이 작성한 각 교통사고사실
확인원 및 교통사고보고 등을 증거로 채용하여 이 사건 각 사고의 시각과 이 사건 화재의 원
인을 인정한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
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 3점에 관하여
가. 구 도로교통법(2006. 7. 19. 법률 제79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4조에
의하면 고속도로에서 정차 또는 주차할 수 있도록 안전표지를 설치한 곳이나 정류장에서 정
차 또는 주차시키는 경우(제2호), 고장이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길 가장자리구역(갓길을
포함한다)에 정차 또는 주차하는 경우(제3호), 교통이 밀리거나 그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움직
일 수 없는 때에 고속도로의 차로에 일시 정차 또는 주차시키는 경우(제7호) 등 특별한 사정
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차를 정차 또는 주차하여서는 아니 되고, 구 도로교통법 제66조,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2006. 10. 19. 행정자치부령 제3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0조에
의하면 자동차의 운전자는 고장이나 그밖의 사유로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정하는 '고장자동차의 표지'를 그 자동차로부터 100m 이상
의 뒤쪽 도로상에 설치하여야 하며, 그 자동차를 고속도로 외의 곳으로 이동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이하 '안전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6873 판결, 대
법원 2008. 5. 29. 선고 2008다17359 판결 등 참조).
선행차량이 사고 등의 사유로 고속도로에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주행차로에 정지해
있는 사이에 뒤따라온 자동차에 의하여 추돌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
한 정차로 인하여 후행차량이 선행차량을 충돌하고 나아가 그 주변의 다른 차량이나 사람들
을 충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선행차량 운전자가 정지 후 안전조
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과실로 이를 게을리 하였거나, 또는 정지 후 시간적 여유 부족이나
부상 등의 사유로 안전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정지가 선행차량 운전자의 과실
로 발생된 선행사고로 인한 경우 등과 같이 그의 과실에 의하여 비롯된 것이라면, 그 안전조
치 미이행 또는 선행사고의 발생 등으로 인한 정지와 후행 추돌사고 및 그로 인하여 연쇄적으
로 발생된 사고들 사이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며, 손해의 공
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에 선행차량 운전자의 과실은 후행사
고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분담범위를 정할 때에 참작되어야 한다(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다64925판결, 2012. 3. 29. 선고 2011다110692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① 이〇〇은 2006. 10. 3. 07:40경 충남〇〇〇〇호 25톤 트럭(이하 '피고 차량'이라 한다)을
운전하여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목포 기점 279.8㎞ 부근 서해대교 편도 3차로 도로 중 3차로
를 송악 방면에서 서평택IC 방면으로 진행하던 중 당시 안개가 짙게 끼어 전방의 시야가 확보
되지 않은 탓에 앞에서 서행하던 김〇〇 운전의 경기〇〇〇〇호 1톤 트럭을 추돌(이하 '이 사
건 선행사고'라 한다)한 후, 피고 차량을 2차로에 정차시켜 둔 채 '고장자동차의 표지'를 설치
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지는 않은 사실,
② 노〇〇는 충남〇〇〇〇호 이스타나 승합차에 10명을 태우고 피고 차량을 뒤따라가던 중
같은 날 07:41경 피고 차량을 추돌하였고, 김〇〇, 김〇〇 등 이스타나 승합차에 타고 있던 사
람들이 승합차에서 내려 도로 우측 갓길로 대피한 사실,
③ 위 승합차를 뒤따라오던 조〇〇 운전의 〇〇〇〇호 소나타Ⅲ 차량은 위 사고를 미리 목격
하고 2차로에 정차하였는데, 바로 뒤이어 김〇〇가 같은 날 07:43경 〇〇〇〇호 EF소나타 택
시로 위 소나타Ⅲ 차량을 추돌한 사실,
④ 그 뒤로 박〇〇 운전의 서울〇〇〇〇호 소나타Ⅲ 차량과 김〇〇 운전의 충남〇〇〇〇호
엑셀 차량이 연쇄적으로 추돌사고를 일으키고, 위 박〇〇 운전의 차량에서 하차하여 1차로
쪽으로 피해 있던 조〇〇로 인하여 1차로에서 홍〇〇 운전의 경기〇〇〇〇호 카캐리어 트랙
터와 이〇〇 운전의 전남〇〇〇〇호 고속버스의 추돌사고가 발생한 사실,
⑤ 한편, 강〇〇은 인천〇〇〇〇호 탱크로리 차량으로 앞선 사고를 목격하고 3차로에 정차해
있던 한〇〇 운전의 충남〇〇〇〇호 1톤 트럭을 추돌하였고, 그 충격으로 위 1톤 트럭은 갓길
로 밀려나 정차하였으며, 위 탱크로리 차량은 갓길과 3차로에 걸쳐 정차한 사실,
⑥ 이〇〇은 같은 날 07:49경 경기〇〇〇〇호 25톤 트럭으로 위 김〇〇 운전의 엑셀 차량을
추돌하였고, 그 충격으로 전방의 차량들이 모두 앞으로 밀리면서 연쇄적으로 추돌한 사실,
⑦ 김〇〇은 같은 날 07:53경 경기〇〇〇〇호 카고 트럭(이하 '원고 차량'이라 한다)을 운전
하여 2차로를 진행하다가 강〇〇 운전의 위 탱크로리 차량의 왼쪽 뒷부분을 원고 차량의 오
른쪽 앞부분으로 추돌(이하 '이 사건 후행사고'라 한다)한 사실,
⑧ 그 충격에 의해 밖으로 돌출된 원고 차량의 엔진 및 프레임 부분이 위 탱크로리 차량과 접
촉하면서 불꽃이 발생하여 앞선 사고차량들에서 흘러나온 휘발유 등에 불이 붙어 화재(이하
'이 사건 화재'라 한다)가 발생한 사실, ⑨ 위와 같이 도로 우측 갓길로 대피한 위 김〇〇, 김
〇〇은 위 이〇〇 운전의 25톤 트럭이 일으킨 사고의 충격으로 앞으로 밀려난 위 조〇〇 운전
의 소나타Ⅲ 차량과 위 한〇〇 운전의 1톤 트럭에 의해 갓길에 갇혀 이 사건 화재를 피하지 못
하고 질식 또는 화상으로 사망하였고, 위 김〇〇 운전의 엑셀 차량에 의해 추돌을 당한 후 차
에서 내려 도로 위에 있던 박〇〇은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질식으로 사망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차량의 운전자인 이〇〇은 전방주시의
무위반 등의 과실로 이 사건 연쇄추돌 사고의 최초의 원인이 된 이 사건 선행사고를 일으켰
고, 사고 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주행차로에 정지해 있는 사이에 뒤따라온 차량들에
의해 후행 추돌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설사 이〇〇이 사고후 안전조치 등을 취할 시간적 여
유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후행 추돌사고에 대하여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 후 연쇄적인 후행 추돌사고가 발생하여 이 사건 화재에까지 이르렀고, 이〇〇으로서는 당
시 안개가 짙게 낀 서해안고속도로를 운행하는 후행차량들이 2차로에 정차한 피고 차량을 추
돌하고 나아가 그 주변의 다른 차량이나 사람들을 추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〇〇의 위와 같은 과실과 연쇄적인 후행 추돌사고 및 그로 인한 이
사건 화재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도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비록 조〇〇이 운전하는 차량이 이 사건 선행사고를 발견하고 정차하였다고 하더라
도, 그 후의 추돌사고들이 발생한 데에는 조〇〇이 고속도로 2차로에 정차한 것이 원인이 되
었다고 할 것이고, 조〇〇으로서는 이〇〇 등의 차량이 이 사건 선행사고 후 주행차로에 정지
해 있는 탓에 부득이하게 고속도로 위에 정차할 수밖에 없었고 정차한 직후에 후행 차량이 조
〇〇의 차량을 추돌하였기에 안전조치 등을 취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던 이상, 조〇〇의 위 정
차나 안전조치를 취할 수 없었던 사정은 이 사건 선행사고에 의하여 비롯된 것으로서, 그 후
의 추돌사고들에 관하여 조〇〇의 과실이 부정될 수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그로 인하
여 이〇〇의 위 과실과 조〇〇의 정차 이후에 발생된 연쇄적인 후행 추돌사고 및 이 사건 화
재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는 없고, 위 한〇〇의 정차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평
가할 수 있다.
나. 공동불법행위의 성립에는 공동불법행위자 상호간에 의사의 공통이나 공동의 인식이
필요하지 아니하고 객관적으로 각 그 행위에 관련공동성이 있으면 되며, 그 관련공동성 있는
행위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그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1988. 4. 12. 선
고 87다카2951 판결,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8다22481 판결 등 참조).앞서 본 사실관계
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선행사고를 일으키고 사고 후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피고 차량 운전자인 이〇〇의 과실과 전방주시의무와 안전거리 유지의무
등을 게을리 하여 이 사건 후행사고를 일으킨 원고차량 운전자인 김〇〇의 과실 등이 경합하
여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선행사고와 이 사건 후행사고는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
로 근접하여 발생한 일련의 연쇄추돌사고들 중의 일부로서, 객관적으로 보아 그 행위에 관련
공동성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〇〇과 김〇〇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연대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〇〇이 이 사건 선행사고 및 그 직후의 추돌사고의 발생에 기여
한 잘못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조〇〇 및 한〇〇이 이 사건 선행사고 이후 앞선 사고들을
목격하고 정차하였는데도 뒤이은 차량의 운전자들의 잘못으로 추돌사고가 계속 발생하여 이
사건 후행사고에 이르게 된 점 등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선행사고와 이 사건 후
행사고 및 화재 사이에는 그 발생시간이나 발생장소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객관적으로 볼 때
시간적, 장소적으로 관련공동성이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〇〇이 이 사건 후행사
고 및 화재에 대해서까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을 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당인과관계와 공동불법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이상훈 김용덕(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