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고 당시 승용차가 굉음을 내며 30m가량 질주해 화단벽을 넘어 빌라 외벽에 충돌했다는 점에서
승용차가 상당한 고속으로 주행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데, 주행거리(30m)는 원고가 실수로 기
속페달을 밟았을 경우 이를 깨닫고 브레이크를 밟을 여유가 있는 거리이고, 일반적으로 승용차가 고
속상태에 있다는 점만으로는 엔진에서 굉음이 발생하지 않으며, 이 사고로 승용차의 앞면 덮개 및 엔
진 부분이 파손되었음에도 사고 직후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고가 원고의 운전과실로 인해 발생했다고 가정한다면, 원고는 지하주차장에서 나와
우회전한 직후 승용차의 가속페달을 최대로 밟아 빌라의 외벽을 향해 돌진했다는 것인데, 이러한 추
론은 건전한 상식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이 사고는 승용차에 존재하는 하자로 인해 발생했다고 추인함이 타당하다 할 것이
고, 위와 같은 하자로 인해 원고는 자동차 매매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 할 것이므로, 피고
한성자동차는 민법에 기한 담보책임의 이행으로 원고에게 이 사건 승용차와 동종의 신차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 항소심 “운전조작 미숙으로 발생했다고 추인함이 상당” 1심 뒤집어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중앙지법 제3민사부(재판장 장진훈 부장판사)는 2010년 8월 J씨의 손을 들어
준 1심 판결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차량을 정상적으로 주행해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온 후 도로를 진행하면서 브레이
크를 밟자마자 차량이 통제불능 상태로 급발진했다는 것인데, 이와 같은 경위는 통상 국내외적으로
보고되는 급발진 사고가 정상운행 중에는 발생하지 않고 주차 또는 출발 시 기어변속 과정에서 발생
한다는 점에서 극히 이례적이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을 모두 살펴봐도 자동차에 원고가 주장하는 하자가 있었다고 보기에 부
족하고, 이 사고는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 사고라기보다는 원고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오
인하는 등 운전조작 미숙으로 발생했다고 추인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설령 제품의 하자가 있더라도 통상적으로 제조자가 아닌 매도인은 하자로 인한
손해를 보수하거나 제거하는데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해 매도인을 제조자와 동일시
할 수 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조물책임의 입증책임 완화의 법리를 하자담보책임의
경우에 유추해 추정할 수는 없다”며 “기록상 피고에게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을 엿볼 수 없고 피고가
사고 차량의 국내 독점 판매 회사라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 대법 “판매업자에게 제조업자의 하자담보책임 지울 수 없어”
사건은 J씨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J(74)씨가 ‘차량
급발진 사고로 승용차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며 판매업체 (주)한성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
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로부터 구매한 자동차의 전자제어장치와 브레이크 시스템 등에 하자가 있었
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원고가 자동차를 운전해 주차장 입구로 나와 우회전을 한 후 약
30m 가량을 그대로 직진해 화단벽을 넘어 빌라 외벽을 충격한 사고는 원고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하는 등 운전조작 미숙으로 발생했다고 추인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
다”고 밝혔다.
또 “제조물책임에서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그 제품의 생산과정을 전문가인 제조업
자만이 알 수 있어서 그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했는지, 그 결함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를 일반인으로서는 밝힐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며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조업자나
수입업자로부터 제품을 구매해 이를 판매한 자가 매수인에 대해 부담하는 민법 하자담보책임에는 제
조업자에 대한 제조물책임에서의 증명책임 완화의 법리가 유추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