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이 그 채용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서울카고크레인 주식회사(이하 ‘서울크레인’이라고 한다)와 사이에 그 소유의 크레인차량(이
하 ‘원고 크레인차량’이라 한다)에 관하여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이고, 피고는 마도운
수 주식회사(이하 ‘마도운수’라고 한다)와 사이에 트레일러차량(이하 ‘피고 트레일러차량’이라 한다)
에 대하여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이다.
서울크레인의 직원인 이영길은 2000. 5. 4. 10:30경 원고 크레인차량을 조종하여 서울 용산구 이태원
동 소재 서울지하철 6-7 공구 강재(강재) 야적장에서 H빔(개당 길이 10m, 단면 높이 70cm × 너비
30cm, 무게 약 2t) 운송을 위해 대기 중인 피고 트레일러차량에 이를 적재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는
데, 이 작업은 피고 트레일러 차량의 적재판 맨 밑단에 H빔 7개를 붙여 싣고 다시 그 위에 최고 2단
또는 3단 높이로 H빔을 추가하여 실을 예정이었다.
이 사건 작업 당시 피고 트레일러차량의 적재판 위에는 운송의뢰인측 직원 및 인부 4명가량과 함께
피고 트레일러차량의 운전기사가 올라가 이영길이 원고 크레인차량을 이용해 날라 주는 H빔의 적재
위치·방향을 잡아 주고 있었고, 피고 트레일러차량의 지입차주인 김상국은 피고 트레일러차량의 앞
쪽에서 H빔이 놓이는 위치가 너무 운전석 쪽에 치우치는지 등을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H빔의 위치를
교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이영길은 피고 트레일러차량의 적재판 위 맨 가장자리에 첫 번째 H빔을 내려놓고, 다시 두 번째 H빔
을 그 옆에 붙여 내려놓을 무렵 첫 번째 H빔이 위 적재판 밖으로 떨어지면서 마침 그곳을 지나던 양
영길의 족부를 충격하여 상해를 입게 하였다.
2. 원심은 원고의 다음과 같은 주장, 즉 이 사건 사고는 원고 크레인차량 운전기사의 과실과 피고 트
레일러차량 운전기사나 지입차주의 과실이 경합되어 발생한 것인데 원고가 피해자에게 위 사고에 따
른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 공동면책시켰으므로 피고는 공동불법행위자인 마도운수의 보험자로서 위
손해배상금 중 피고측 과실비율 30%에 해당하는 구상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는 이영길이 크레인 장치를 부주의하게 조작한 잘못이나 피고 트레일러차량의 적재판
위에서 이 사건 적재 작업에 협력하고 있던 운송의뢰인측의 직원 등이 이영길에게 신호를 제대로 보
내지 아니한 잘못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일 뿐 피고 트레일러차량의 운전기사나 그 지입차주에게 무
슨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의 피보험차량인 피고 트레일러차량에 구조상 설비되어 있는 장치
인 적재판을 잘못 사용함으로 인하여 일어났다고 보이지는 아니하므로
위 트레일러차량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라고 보기 어려우며 나아가 이 사건 작업 당시 피고 트레일러
차량의 적재판 좌우로 ‘안전지지대’가 설치되지 아니하였거나 설치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효능이 H빔
이 낙하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못하였던 점은 인정되고 그러한 점도 하나의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을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피고 트레일러차량의 고유장치가 아니라 단
순히 일정한 필요에 의해 휴대하는 장비에 불과한 안전지지대의 미설치나 효능 불충분으로 인한 사
고가 피고 트레일러차량의 소유, 사용, 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그 차량의 사고로 인한 손해라고 단정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이를 쉽게 수긍할 수 없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 트레일러차량의 구조상 좌우 측면에 측
판이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아니하여 적재된 H빔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가 어려웠던 점,
피고 트레일러차량은 화물의 적재가 완료되면 바로 운송을 시작하려고 하였던 점, 당시 피고 트레일
러차량의 운전기사도 현장에서 적재 작업을 도와주고 있었던 점,
통상적으로 트레일러차량의 운전자들은 상하차 작업시에 화물 낙하 방지를 위하여 소위 ‘안전지지
대’와 같은 것을 사용하여 왔다는 점,
피해자가 이 사건 적재 작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이 작업 현장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이었다는 점 등
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적재 작업 당시 피고 트레일러차량의 운전자로서는 적재된 화물이 떨어지
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않았거나 소홀히 한 것이 하나의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는 피고가 마도운수와의 보험계약에 따라
보상책임을 부담하는 피고 트레일러차량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가 피고 트레일러차량 운전기사나 지입차주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
고, 피고 트레일러차량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라고도 보기 어렵다고 한 원심판단에는 운전자의 화물
낙하 방지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나 ‘운행으로 인하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4. 그러므로 원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
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양승태 박시환(주심) 박일환